크루베이션 '텔링'… 경험 정리 AI로 자소서·면접 준비를 잇고 대학·지자체 취업지원 현장 개척
발행: 이태경•2026년 9월 7일
라이프멘토가 8월 텔링으로 새단장…경험 정리에서 AI 자소서·면접·기업 추천까지 잇는다안양시·과천시·달성군·아주대·대림대 등 7개 기관 도입, 5곳 추가 검토기관 도입 후 참여율 8.5배, 자소서 완성 시간 81% 단축넷마블·숨고 출신 자문진 합류…"일자리센터의 온라인 인프라를 책임지겠다"
"쓸 경험이 없다"는 착각… AI 자소서 시대의 역설
조창익 크루베이션 대표취업 준비생의 인공지능 활용은 이미 표준이 됐다. 인크루트가 Z세대 취업준비생 1,025명을 조사한 결과 98%가 취업 준비 과정에서 AI를 썼고, 활용 방식은 자기소개서 초안 작성이 84%로 가장 많았다. 채용 플랫폼도 잇따라 뛰어들었다. 사람인은 올해 5월 'AI 서류합격 코칭'을, 인크루트는 8월 '신입나비'를 선보였다. 코멘토와 자소설닷컴 등 기존 서비스까지 더하면 자기소개서를 써 주는 도구는 이미 흔해졌다.흔해진 만큼 한계도 드러났다. 채용 현장에서는 AI 대필 자소서에 대한 경계가 이어진다. 문장은 매끄럽지만 지원자의 실제 경험과 직무 맥락이 비어 있는 글은 읽는 사람에게 티가 나고, 서류와 면접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원인은 문장이 아니라 그 앞 단계에 있다. 많은 구직자가 "어필할 경험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팀 프로젝트와 아르바이트, 수업 과제와 동아리 활동처럼 이미 쌓아 둔 이력을 한 번도 정리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자소서 경험 정리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AI에 초안을 맡기면 결과물은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추상적인 문장으로 흐르기 쉽다. 안양에 자리한 HR테크 스타트업 크루베이션(대표 조창익)은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2024년 4월 설립된 이 회사는 "합격의 차이는 스펙이 아니라 경험의 해석에서 시작된다"는 문제의식으로 AI 취업 준비 서비스 텔링(telling, 구 라이프멘토)을 운영한다. 지난 8월 라이프멘토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문장이 아니라 경험에서 시작한다… 텔링의 핵심 메커니즘
경험을 기록해야 좋은 자소서를, 미리 정리해야 합격을 만든다"— 텔링(당시 라이프멘토)이 제시한 3단계 흐름텔링의 첫 화면은 자소서 문항이 아니라 경험 정리다. 이용자는 이미 써 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파일을 올리거나, AI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거나, 직접 입력하는 세 가지 방식 가운데 하나로 시작한다. 파일을 올리면 자료 속 활동을 추출해 상황·행동·성과 구조로 자동 정리하고, 여기에 직무 역량 태그와 업무 성향 태그가 붙는다. 추천 직업군도 함께 도출된다.정리 방식의 차이는 문장에서 드러난다. "창업 경진대회에서 앱 아이디어를 기획했습니다"라는 한 줄은 이 과정을 거치면 "고객 인터뷰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요구사항을 기능으로 구체화해 팀의 기획 방향을 잡은 경험"으로 바뀐다. 같은 활동이라도 정리 방식에 따라 단순 참여 이력이 되기도, 직무 역량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경험 정리를 앞에 두면 AI 자소서의 재료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30초 초안과 자소서 첨삭: 한 번 정리한 경험의 재사용
참가자들이 강의실 PC로 플랫폼에 접속해 직접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있다.한 번 구조화한 이력은 여러 곳에 반복해 쓰인다. 지원 기업과 문항에 맞는 AI 자소서 초안이 30초 안에 만들어지고, 완성된 문장을 드래그하면 자소서 첨삭이 이뤄진다. 재구성과 유의어 찾기, 글자수 세기 같은 보조 도구도 함께 붙는다.쓰임새는 서류에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재료로 면접 예상 질문과 답변 방향을 준비하고, 취업컨설팅 AI에서는 저장된 이력서와 활동 기록을 '@' 기호로 불러와 특정 공고가 맞는지 상담할 수 있다. 회사는 이를 "아무 AI가 아니라 내 경험을 아는 AI"라고 부른다. 매번 배경을 새로 설명해야 하는 범용 챗봇과 AI 자소서 도구를 갈라놓는 지점이기도 하다.
대학·지자체가 먼저 택한 취업 준비 AI
크루베이션은 2023년 아주대 데모데이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듬해 아주대 도입으로 이어졌다.텔링의 초기 고객은 개인 구직자보다 기관이었다. 아주대학교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는 2024년 12월 이 서비스를 도입해 재학생이 학교 홈페이지 로그인만으로 무료로 쓰도록 했다. 안양시 일자리센터는 이를 기반으로 '안양 AI 취업 플랫폼'을 운영하고, 안양시 청년도전지원사업에도 별도 계약으로 들어갔다. 과천시는 2026년 과천형 기업인턴 체험사업에서 지원자 전원에게 전 기능을 제공했다.대구 달성군 기업+일자리지원센터와 대림대학교를 포함해 8월 기준 7개 기관·사업에 도입돼 있고, 5개 기관이 추가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구조는 대체가 아니라 역할 분담에 가깝다. 상담 인력이 제한된 센터에서 반복적인 자소서 첨삭과 기초 면접 코칭은 취업 준비 AI가 맡고, 상담 인력은 심층 컨설팅과 방향 설정에 집중한다. 전자신문은 지난 1월 이 방식이 초기 취업 준비 과정을 표준화해 센터 운영 효율을 높였다는 현장 평가를 전했다.수치도 따라왔다. 회사에 따르면 기관 도입 이후 학생들의 경험 정리 참여 비율은 8.5배, 1인당 경험 구체화 개수는 3배 이상 늘었고 자기소개서 완성 시간은 평균 대비 81% 줄었다. 공공 일자리센터가 이용자 수와 진단 완료 인원 같은 실적을 기간별로 집계해 사업 보고에 쓸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이 과정에서 청년창업사관학교 15기, 안양산업진흥원 청년기업 액셀러레이팅, 성균관대 캠퍼스타운에 잇따라 선정됐다.
라이프멘토에서 텔링으로… 같은 출발선을 만드는 다음 단계
리브랜딩 전 라이프멘토 홍보 이미지. 로고는 협력사가 아닌 합격 사례다.서비스명을 바꾼 배경에는 숫자가 있다. 회사가 리브랜딩과 함께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연평균 취업 사교육비는 4년 새 218만 원에서 455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20·30대 '쉬었음' 인구는 71만7,000명에 이른다. 비용 때문에 준비의 출발선이 달라지는 상황에서 크루베이션은 새 이름에 '구직자가 자신의 경험을 데이터로 정리해 채용 시장에서 역량을 스스로 말한다(Telling)'는 뜻을 담고, 경험 정리에서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준비, 맞춤 기업 추천까지 취업 준비 전 과정을 하나로 이었다. 구직역량 진단 기능은 올해 4분기에 더해질 예정이다.체계도 바꿨다. 넷마블 F&C 대표 출신 서우원 자문위원과 매칭 서비스 '숨고' CTO를 지낸 신승민 쿠키딜 CTO가 경영·기술 자문진으로 합류해 콘텐츠 사업 운영 경험과 매칭 기술을 서비스 전략과 추천 기능 고도화에 반영한다. 공공 일자리센터가 이용자 수와 진단 완료 인원 같은 실적을 기간별로 집계해 사업 보고에 쓸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온라인 플랫폼에 실습형 특강을 결합한 온·오프라인 패키지도 시작했는데, 8월 27일 아주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열린 '텔링 활용법 특강'은 SK하이닉스 채용 개편을 주제로 조창익 대표가 직접 강연했다. 이용 구조는 무료와 프리미엄, 기관 쿠폰의 세 갈래로, 도입 기관 소속 구직자는 학교 배너나 기관 쿠폰으로 전 기능을 무료로 쓴다.
조창익 대표는 "텔링은 자기소개서를 대신 써주는 도구가 아니라 구직자의 경험을 데이터로 정리해 스스로 설명할 수 있게 돕는 플랫폼"이라며 "모든 구직자가 같은 출발선에서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일자리센터의 온라인 인프라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회사는 2027년 본예산 반영 일정에 맞춰 도입 희망 기관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고용노동부 청년도전지원사업 등 공공 고용 정책과의 연계를 넓혀 학생과 청년, 이직 준비생의 커리어 전반을 돕는 취업 준비 AI로 나아간다는 계획이다.•텔링 홈페이지•텔링 인스타그램•텔링 스레드